응급의학회 “세월호 참사 후 3년, 재난의료체계 여전히 부실”

2017.03.28 18:05

ib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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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의료구조활동을 펴고 있는 한 대학병원 재난의료지원팀 모습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의료구조활동을 펴고 있는 한 대학병원 재난의료지원팀 모습

 

[라포르시안]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내 재난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총 15대의 소방헬기가 출동했지만 단 1대가 1명의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데 그칠 정도로 구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진도 팽목항의 의료지원도 현장을 관리하는 통제시스템의 부재로 여러 곳에서 파견나온 의료지원 인력이 뒤엉켜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재난의료 전문가들 “세월호 현장서 좌절·무력감 느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다수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재난의료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5년도 재난의료지원예산을 208억원을 전년도(22억원) 대비 9배 이상 확대하고, 재난거점병원 확충, 재난의료인력 육성,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난의료대응체계에서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전문 학회의 지적이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양혁준)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낸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체계적인 재난의료체계구축을 촉구했다.

응급의학회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조금 앞둔 1073일 만에 우리는 깊은 바다 속에 묻혀 있던 세월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며 ” 세월호 재난은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나 친지에게만 상처를 남긴게 아니라 생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겼다. 또한 전 국민에게 애도와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고,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못한 슬픈 재난”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응급의학회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재난의료지원팀을 구성하고 현장에서 의료지원을 수행했고, 안산과 서울시청 앞, 그리고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양소에서 발생하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의료지원팀을 배치했다. 이같은 의료지원 활동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종료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펼쳤다.

학회는 “부끄럽게도 대한응급의학회는 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지 못했고,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 사후 수습에 나서야 했다”며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전문가 집단을 자처하던 응급의학회는 이점에 대해 반성하고 또 사죄드린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이후에도 재난의료대응체계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회는 “여전히 아쉬운 것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지방응급의료체계가 미약하고, 재정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시도당국과 해당 의료자원이 먼저 대응할 수 있어야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정부는 여전히 인적 물적 자원을 배정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 인력을 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학회는 “세월호 참사는 바다에서 일어난 재난으로, 구조과정에서 많은 잠수사들이 감압병으로 고생을 했지만 당시 전남 광주지역에는 가스 중독이나 감압병에 사용하는 재난 장비인 고압산소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재난대응을 위해 편성한 응급의료기금을 지방정부가 재난의료 대응을 위해 기획하고 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재난의료인력의 양성을 제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전에 전문 인력을 등록하고, 해당 인력을 고용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 평소 재난의료인력으로서 필요한 교육과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근무 중인 의료인력을 임시로 편성해 현장으로 출동하는 방식이다.

학회는 “그동안 재난의료인력의 훈련과 교육 기회가 너무 적고 제도적인 보장도 부족했다”며 “현재 재난의료체계에서는 의료인력 사전 등록제도가 제도화 되지 않아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근무 중인 인력이 임시로 편성돼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인력이므로 현장의 다른 인력들과 혼란스럽게 활동하게 되고, 현장 통제관 입장에서도 정말로 전문의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치료를 맡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난의료인력에 대한 등록 및 교육 훈련, 현장 의료지원 활동에 대한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학회는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지방정부가 재난을 선포하면 사전에 등록된 재난의료인력은 임시 공무원으로서 지위를 갖는다”며 “공무원 신분은 적극적인 의견 개진, 책임, 사회적 신분 보장 등 그동안 자원봉사자로서가 아닌 선진국형 전문인력으로 활동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재난의료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재난의료 인력을 충분하게 사전에 확보하는 중요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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